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아 축구 정상에 오른 김상식 감독 소감

박항서 감독의 뒤를 이어 베트남 국민에게 큰 영광을 안긴 김상식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베트남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김상식 감독은 7일 오후 3시(한국 시각) 한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감독은 태국과 맞붙은 2024 아세안 미쓰비시 전기배(미쓰비시컵) 결승에서 1·2차전 합산 스코어 5-3으로 대회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베트남이 미쓰비시컵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3번째이며, 박항서 감독이 이끌었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영광을 차지했다.

한국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 임한 김 감독은 “동남아시아 1등 감독 김상식이다”라며 미소를 지은 뒤 “미쓰비시컵 무패 우승을 달성해 기쁘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도 인사드릴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태국과 결승에서 만난 베트남은 안방에서 열린 1차전을 2-1로 승리한 뒤, 태국에서 2차전을 치렀다. 8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격차를 벌렸지만, 연달아 두 골을 내주며 우위를 잃었다. 후반전 태국 선수가 한 명 퇴장당하는 변수가 발생하자, 베트남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기 막판에 두 골을 몰아쳐 극적인 우승을 이뤘다.

결승전을 돌아본 김 감독은 “한 편의 드라마를 쓴 것 같다. 매 순간이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황하기도 했지만,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라며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번째 실점이다. 태국의 비매너로 실점했다. 그래서 우리 베트남 선수들이 투지를 낼 수 있었다. 우승 원동력이 된 장면”이라고 뽑았다.

대회를 운영하면서 선수단 컨디션 관리를 위해 노력했다고 알렸다. 김 감독은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다. 1달 동안 8경기를 하고, 4번이나 원정을 떠나야 했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도 힘들었을 것이다”라며 “날씨, 음식 등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 유지하도록 준비했다.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이 잘 준비했다. 베트남 선수들이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준 게 성과로 이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전북에서 줄곧 지도자 생활을 보낸 김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낯선 땅을 밟았다. 새로운 문화에서 선수들을 알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는지 묻자 “베트남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처럼 유교 사상이 있어서 예의를 잘 지킨다. 시키는 거 불평·불만 없이 따른다”라며 “한국 전지훈련 때부터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이야기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라고 고마워 했다.

옆에서 함께 우승을 합작한 최원권 수석 코치와 이운재 골키퍼 코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빼놓지 않았다. 김 감독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베트남까지 와서 고생이 많았다. 환경이 좋지 않았음에도 각자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잘했다. 큰 무리 없이 좋은 성과를 거둬 다시 한번 코치들에게 감사하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미쓰비시컵 우승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 베트남 팬들은 김 감독과 베트남 국가대표팀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우승하고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베트남에 도착하니 길거리에 많은 국민이 국기 흔들고, 박수 치고, 오토바이 타는 등 인파가 몰렸다. 축하연을 했는데 그때도 환영해 주고 격려해 주셨다”라고 웃었다.

자신에 앞서 베트남 축구에 가능성을 불어넣어 준 박항서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 경기가 끝날 때마다 김 감독에게 격려를 보냈다. 김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이 경기 후에 매번 격려와 조언을 해주셨다. 제가 성공한 원인에는 박 감독님의 지분이 있었다. 우승했을 때도 경기 후에 격려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베트남 지휘봉을 잡으면서 박항서 감독의 성공과 전임이었던 펠리시에 감독의 실패를 면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미쓰비시컵 우승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김 감독은 “박 감독님의 성공과 펠리시에 감독의 실패가 왜 그랬는지 중간 지점을 찾았다.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했다. 선수들의 상태를 비롯해 전술, 경기력, 버릇까지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했다”라며 “트루시에 감독의 세대교체가 일렀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을 너무 많이 기용했다. 선수의 기량이 아니라 경험이 문제였다”라고 짚었다.

베트남 대표팀으로 향하기 전, 김 감독은 전북을 이끌고 K리그1과 코리아컵 우승 트로피를 한 차례씩 들어 올렸다. 다만 전북 팬들의 거센 비판 속에서 2023시즌 도중 자진 사임했다. 김 감독은 “(전북 시절) 생각 많이 난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한국 팬과 전북 팬들에게 보여줬다”라며 “미운 정도 있고 고운 정도 있지만, 전북 팬들의 나가라는 함성이 한 번씩 그립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전북에서 우승했지만, 바보 소리도 들었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전북과 많은 우승을 했음에도 전북은 매번 우승해야 한다며 비판과 바보 소리를 들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아직 제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베트남 국가대표팀과 이루고 싶은 목표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베트남 축구가 발전해야 하고, 대표팀 감독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이룰 수 있는 게 많아지고, 베트남 축구가 발전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